영화 굿윌헌팅을 보았습니다. 
오랜만에 마음속까지 따뜻하게 해준 영화였습니다.
교육자가 된다는 것은 내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말하게 하는 것이구나 싶어, 아직 갈길이 멀다는 걸 느꼈습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이 되려면,
그만큼 마음이 따뜻하고 진실해야 하지 않는가 싶습니다.


영화 중간에 나온 인상깊은 대화장면입니다.
윌이 스카일라를 만난지 얼마 안되 밀당을 하고 있는 중이랄까요.
이런 윌에게 교수님은 충고를 하는 장면입니다.




지난 주에도 데이트 했는 걸요

 

어땠어?

 

좋았어요.

 

또 만날 거야?

 

몰라요

 

왜?

 

전화를 안 했거든요

 

이제 보니 아마추어군

 

다 작전이죠

 

어련하겠냐.

 

걱정 마세요 알아서 하고 있으니까

하여간 그 여자 애는 정말 예쁘고 똑똑하고 재밌어요

그간 사귄 여자들하고는 달라요

 

그럼 전화해, 로미오

 

왜요? 그러다 똑똑치도 않고 재미없는 여자란 것만 알게?

지금 그대로가 완벽하다구요 이미지 망치기 싫어요

 

훗. 반대로 완벽한 네 이미지 망치기 싫어서겠지

정말 대단한 인생 철학이야

평생 그런 식으로 살면 아무도 진실 되게 사귈 수 없어

내 아내는 긴장을 하면 방귀를 뀌곤 했었어 ㅋㅋㅋ

여러 가지 앙증맞은 버릇이 많았지만

자면서까지 방귀를 뀌곤 했어 지저분한 말 해서 미안하군

어쨌든 어느 날 밤엔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개까지 깼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당신이 꼈수?" 하길래

차마 용기가 안나 "응" 하고 말았다니까!


자기 방귀에 놀라서 깨요? ㅋㅋㅋ

 

아내가 세상 떠난 지 2년이나 됐는데 그런 기억만 생생해

멋진 추억이지 그런 사소한 일들이 말야

제일 그리운 것도 그런 것들이야

나만이 알고 있는 아내의 그런 사소한 버릇들

그게 바로 내 아내니까

반대로 아낸 내 작은 버릇들을 다 알고 있었지

남들은 그걸 단점으로 보겠지만 오히려 그 반대야

인간은 불완전한 서로의 세계로 서로를 끌어들이니까...

 

너도 완벽하진 않아

기대를 망치게 되서 미안하지만

네가 만났다던 그 여자 애도 완벽하진 않아

중요한 건 과연 서로에게 얼마나 완벽한가 하는 거야

남녀 관계란 바로 그런 거지

이 세상에 모르는 게 없는 너라도

짝을 찾으려면 노력이 필요해

내게서 그 방법을 배울 순 없을 거다

안다 해도 너같이 건방진 녀석에겐 알려주기 싫어





저는 이부분의 대화가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상처받기 싫어서 남들에게 진실하게 대하는데 너무 인색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진실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런 사람의 매력은 말로 다 할 수 없으니까요♡






또 영화 중에 천재를 만났을 때 주변사람들의 고통을 보며,
특히 필즈상까지 수상한 교수의 좌절을 보며,
가슴이 조금 아프더군요.

그래서 예전에 제가 읽었던 한 글을 다시 스크랩해왔습니다.
혹시 그런 벽에 부딫치는 사람이 있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천재와 싸워 이기는 법 - 이현세-




...살다 보면 꼭 한번은 재수가 좋든지 나쁘든지 천재를 만나게 된다.

대다수 우리들은 이 천재와 경쟁하다가 상처투성이가 되든지, 아니면 자신의 길을 포기하게 된다. 그리고 평생 주눅 들어 살든지, 아니면 자신의 취미나 재능과는 상관없는 직업을 가지고 평생 못 가본 길에 대해서 동경하며 산다. 이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추월할 수 없는 천재를 만난다는 것은 끔찍하고 잔인한 일이다. 어릴 때 동네에서 그림에 대한 신동이 되고, 학교에서 만화에 대한 재능을 인정받아 만화계에 입문해서 동료들을 만났을 때, 내 재능은 도토리 키 재기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 중에 한두 명의 천재를 만났다. 나는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매일매일 날밤을 새우다시피 그림을 그리며 살았다.

 

 

  내 작업실은 이층 다락방이었고 매일 두부장수 아저씨의 종소리가 들리면 남들이 잠자는 시간만큼 나는 더 살았다는 만족감으로 그제서야 쌓인 원고지를 안고 잠들곤 했다. 그러나 그 친구는 한달 내내 술만 마시고 있다가도 며칠 휘갈겨서 가져오는 원고로 내 원고를 휴지로 만들어 버렸다. 나는 타고난 재능에 대해 원망도 해보고 이를 악물고 그 친구와 경쟁도 해 봤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 상처만 커져갔다. 만화에 대한 흥미가 없어지고 작가가 된다는 생각은 점점 멀어졌다.

내게도 주눅이 들고 상처 입은 마음으로 현실과 타협해서 사회로 나가야 될 시간이 왔다. 그러나 나는 만화에 미쳐 있었다.

 

 

  새 학기가 열리면 이 천재들과 싸워서 이기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꼭 강의한다. 그것은 천재들과 절대로 정면승부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천재를 만나면 먼저 보내주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면 상처 입을 필요가 없다. 작가의 길은 장거리 마라톤이지 단거리 승부가 아니다. 천재들은 항상 먼저 가기 마련이고, 먼저 가서 뒤돌아보면 세상살이가 시시한 법이고, 그리고 어느 날 신의 벽을 만나 버린다. 인간이 절대로 넘을 수 없는 신의 벽을 만나면 천재는 좌절하고 방황하고 스스로를 파괴한다. 그리고 종내는 할 일을 잃고 멈춰서 버린다.이처럼 천재를 먼저 보내놓고 10년이든 20년이든 자신이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꾸준히 걷다 보면 어느 날 멈춰버린 그 천재를 추월해서 지나가는 자신을 보게 된다. 산다는 것은 긴긴 세월에 걸쳐 하는 장거리 승부이지 절대로 단거리 승부가 아니다.

 

 

  만화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매일매일 스케치북을 들고 10장의 크로키를 하면 된다.1년이면 3500장을 그리게 되고 10년이면 3만 5000장의 포즈를 잡게 된다. 그 속에는 온갖 인간의 자세와 패션과 풍경이 있다. 한마디로 이 세상에서 그려보지 않은 것은 거의 없는 것이다. 거기에다 좋은 글도 쓰고 싶다면, 매일매일 일기를 쓰고 메모를 하면 된다. 가장 정직하게 내면 세계를 파고 들어가는 설득력과 온갖 상상의 아이디어와 줄거리를 갖게 된다. 자신만이 경험한 가장 진솔한 이야기는 모두에게 감동을 준다. 만화가 이두호 선생은 항상 “만화는 엉덩이로 그린다.”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한다. 이 말은 언제나 내게 감동을 준다. 평생을 작가로서 생활하려면 지치지 않는 집중력과 지구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가끔 지구력 있는 천재도 있다. 그런 천재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축복이고 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런 천재들은 너무나 많은 즐거움과 혜택을 우리에게 주고 우리들의 갈 길을 제시해 준다. 나는 그런 천재들과 동시대를 산다는 것만 해도 가슴 벅차게 행복하다.

나 같은 사람은 그저 잠들기 전에 한 장의 그림만 더 그리면 된다. 해 지기 전에 딱 한 걸음만 더 걷다보면 어느 날 내 자신이 바라던 모습과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정상이든, 산중턱이든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바라던 만큼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만화가를 지망하지 않는다 해도 충분히 배울 점이 있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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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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